괴롭힘에 팀 나왔던 김유리, 최근 학폭 논란에 던진 말

김유리가 10일 경기 가평군 GS칼텍스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배구의 신은 그에게 울면서 뛰쳐나왔던 흥국생명을 상대로 프로 생활 처음으로 경기 MVP에 뽑히는 기쁨을 맛보게 했다. 낚시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그는“배구 인생‘찌’가 11년간 꿈쩍도 안 하다가 요즘 들어 난리가 났다. 물 들어올 때 바짝 노 저으려고 한다”며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즐겁게 응했다. /고운호 기자

여자는 여자와 잘 지낼 수 있는가. 이 물음을 안고 GS칼텍스 센터 김유리(30)를 만났다. 평균 연령 23세 팀에서 김유리는 넉넉한 맏언니 리더십으로 ‘여초(女超) 집단은 살벌하다’는 편견을 깬다. 그가 지난 5일 흥국생명전에서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고 프로 데뷔 후 첫 경기 MVP로 선정돼 인터뷰를 하자 차상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둥글게 모여 ‘유리 언니’가 데뷔 11년 만에 누리는 특별한 순간을 함께했다. 지금껏 배구 코트에서 본 적 없던 생경한 따뜻함이었다. 흥국생명이 모래알 조직력으로 자멸한 터라 양 팀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김유리가 어떤 존재이길래 후배들이 이토록 따를까.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를 경기 가평 체육관에서 만난 10일은 마침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이 막 불거지던 때였다.

◇GS칼텍스 에너지의 핵심 김유리

“제가 선배 괴롭힘을 못 견뎌 프로 초기에 팀을 나왔거든요. 지독하게 당하면서 일종의 해탈을 했는데, 저는 아픔을 절대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어요.” 부산 토박이 김유리는 “배구 한번 해보자”는 배구부 코치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중3 때 처음 공을 잡았다. 당시 키가 172cm였다. 배구 시작 4년 만인 2010년 흥국생명 신인 1라운드 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했다. 하지만 고작 두 시즌 치르고 그만뒀다.

“한 선배가 정말 교묘하게 괴롭혔어요. 특히 청소를 많이 시켰는데 저만 오전 6시에 일어나 넓은 체육관을 팔뚝만한 빗자루로 다 쓸어야 했어요. 온갖 허드렛일을 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나왔죠.” 핑크색 유니폼을 벗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일했다. 공교롭게도 집 근처 GS25 편의점이었다.

“청소라면 도가 텄기에 편의점 손님 없을 때 계속 쓸고 닦고 진열대도 상품명이 잘 보이게 정리해놓으니까 사장님이 감탄했어요. 배구 할 때는 맨날 혼났는데, 칭찬이 쏟아지니 열의가 솟구치더라고요. 진짜 재밌게 3개월간 일했는데 제 배구 재능을 아까워한 실업팀에서 입단 제의가 왔어요. ‘내가 할 줄 아는 건 배구뿐인데’라고 고민하다 코트를 선택했죠.” 대구시청과 양산시청에서 각각 1년씩 뛰었다. “실업팀 선수라고 하면 배구 인생 끝난 줄 아는데, 저는 거기서 진짜 인생을 배웠어요. 2014년 IBK기업은행에서 프로 복귀를 제안하길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돌아왔어요. ‘FA계약 딱 한 번만 해보자’는 다짐과 함께.” 그는 2017년 GS칼텍스로 트레이드돼 5년째 초록빛 유니폼을 입고 있다. 3년 전엔 첫 FA계약을 했다.

◇괴롭힘의 상처 안다, 그래서 반면교사

김유리는 맏언니지만 스타나 주전은 아니다. 코트보다는 ‘닭장’이라 불리는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맏언니가 거기 있는 게 뻘쭘할 수도 있는데 그는 매사 허투루 하지 않는다. 작년 9월 KOVO컵 결승전에선 웜업존 응원 단장으로 변신해 현란한 단체 댄스를 후배들과 선보이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평소 번잡거리는 웜업존을 싫어하던 차 감독도 이날 이후 너그러워졌고, ‘웜업존 댄스’는 올 시즌 V리그 명물이 됐다. 이 밖에도 목욕탕 토크(훈련에 지쳐 우는 후배들 다독여주기), 수다 원정대(안색이 안 좋은 후배 방으로 직접 찾아가 대화), 카페 원정대(휴식일에 다같이 카페 가서 놀기), 낚시 원정대(감독과 단체 낚시) 등의 대장 일을 자처한다. 후배들이 SNS 설화에 안 휩싸이도록 챙기는 일도 그의 몫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김유리가 없으면 팀이 안 굴러간다”고 했다. 성격이 타고나길 외향적인걸까. “원래 솔선수범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런데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며 ‘난 저렇게 안 살아야지’ 다짐하다 보니 지금 제 모습이 된 것 같아요. 알바 경험도 인생 공부가 됐고요.”

GS칼텍스 선수단은 지난 5일 흥국생명전이 끝나고 김유리(왼쪽)가 MVP 인터뷰를 하자 다 같이 모여 그 장면을 지켜봤다. /GS칼텍스

그렇다고 배구에 소홀한 건 아니다. ..

MVP 인터뷰 때 눈물 흘렸던 이유를 묻자 “평소 연습 땐 센터 훈련량이 제일 많은데 막상 경기장에선 공도 몇 번 못 만지다 보니 참았던 설움이 복받쳤다”고 답했다. “주전이고 후보고 연습량은 똑같거든요. 저는 주전의 A코트와 후보의 B코트를 오가며 어떨 땐 하루에 점프를 500번씩 할 만큼 치열하게 훈련하는데도 ‘GS칼텍스는 센터가 약하다’ 소리 듣는 게 너무 서러웠어요. 저희 팀은 이소영·강소휘 등 날개 공격수들이 유명하지만 센터들도 고생 많아요.” 접질린 손가락과 깨진 손톱은 네트 최전방에 서는 센터의 숙명이다. “올해는 우리 팀이 꼭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그가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겪어보니 프로고 실업이고 매사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돌아가는 길을 걷는다 해서 위축될 것도 없고요. 제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왔는데도 지금 이런 인터뷰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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